- '주문 낭독'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극우 세력 표적돼 노골적 공격 시달려 '헌재 흔들기' 속 111일간 심판 이끌어
"탄핵 사건이므로 선고시각을 확인하겠다.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…"
4일 오전 11시부터 22분간 선고 요지 낭독을 끝마친 문형배(59)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마지막 주문을 읽기 전 잠시 멈춰 시간을 확인했다. 헌재는 탄핵선고 효력이 발생한 시점을 명확하게 정하기 위해 결정문에 분 단위까지 기록한다. 시간을 확인한 문 권한대행은 정면을 응시하며 입을 뗐다. "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."
재판관 중 가장 먼저 헌재 대심판정에 입정한 문 권한대행의 표정은 단호했다. "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다."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그는 미리 준비한 17쪽 분량의 결정문 요지를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. 중간중간 "위헌" "법 위반" "국민의 신임을 배반"과 같은 중요한 문구를 읽을 땐 소리가 다소 커지기도 했다. 그는 낭독을 마치고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린 뒤 방청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심판정을 떠났다.
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서 재판관 8명을 대표해 주문을 낭독한 것이지만, 그는 단번에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. 문 권한대행은 경남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. 임관 후 부산지법·창원지법·부산고법 등을 거쳐 법관 생활 대부분을 부산·경남지역에서 재판 업무만 담당한 '향판'(지역법관)이었다. 그는 창원지법 판사 시절 생활고를 못 이겨 방화하고 자살하려던 피고인에게 "자살, 자살 열 번 되풀이해보라"고 시킨 뒤, "피고가 외친 '자살'이 우리에겐 '살자'로 들린다"고 당부한 '살자 판사' 일화의 주인공이다. 2019년 4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문 권한대행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당시 청와대는 "'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' 재판을 하며 살아온 법관"이라고 소개했다. 이종석 전 헌재소장의 임기 만료로 그는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소장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.
그는 12·3 불법계엄 이후 극우 세력의 표적이 됐다. 국회의 탄핵소추안 접수부터 111일간의 심판을 이끄는 내내 집중 공격 대상이 된 셈이다. 과거 사법부 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이력이 부각된 영향이 컸다. 고교 동창 온라인카페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남겼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고,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의 집 앞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.
탄핵 반대 세력의 노골적인 '헌재 흔들기' 속에서도 문 권한대행은 신중하게 재판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. 다만 진행이 편파적이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을 향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. "평의 결과가 이미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 것이냐"는 대리인단 측 불만에, 그는 "제 말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"며 재판관들 합의로 작성된 대본을 흔들어 보였다. 윤 전 대통령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을 직접 신문하겠다고 요청하자 "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"며 끊어냈고, '법적 근거를 대달라'는 대리인단 반발에는 "소송 지휘권 행사"라고 잘라 말했다.
최종 발표 "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."